병 원
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
뒷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
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. 한나절이
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
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. 슬프지도
않은 살구나무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.
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
찾아왔다.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
병을 모른다.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. 이
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
안 된다.
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
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
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.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
―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
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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